얼마 되지 않는 일에 대한 간단한 회상 일기장

#1  난 매주 금요일밤이면 그녀를 만나러 2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도시로 나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그때의 나는 그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었다. 무엇이 쉽지 않았는지 막상 글로 적으려니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선은 적어본다. 도시는 내가 사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매번 호텔을 잡았어야했다. 기차표에 호텔숙박비는 상당한 부담이었던게 사실이지만 그때의 나는 분명히 그 돈을 아끼는 것보다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더 우선순위를 두었던게 분명하다. 게다가 그녀는 하루 14시간을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난 주말의 대부분을 아무도 없는 호텔구석에서 홀로 잠을 자거나 영화 따위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유일한 외출은 그녀가 일을 마칠 시간이 다 될쯤에 간단한 도시락과 밤새 마실 물을 사러 나가는게 전부였다. 일이 끝나면 배가 고플 그녀를 위해서였다.


#2  친구 하나는 나에게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써가면서 귀한 주말의 대부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건지 물었었다. 그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그녀가 기뻐할만한 일을 하고 싶었고 그렇게 그녀를 기다리는 일이 좋았다. 게다가 그때의 나는 그녀를 기다리는 일은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녀가 일을 하는 14시간 동안에 나는 14시간 동안 호텔방에서 계속 영화를 봤었다. 그리고 일이 끝난 그녀가 돌아오면 보통 우리는 호텔침대에 앉아 새벽 3시까지 도시락을 먹으면서 같이 티비프로그램을 봤다. 나를 무릎에 눕힌 뒤 눈썹을 다듬어 준적도 있었고, 잠깐동안 숙소 앞을 걷다가 들어올때도 있었다. 그러다 새벽 3시가 되면 우리는 항상 침대에 같이 나란히 누웠다.


#3
"오빠가 이쪽으로 오면 안되요?"

그녀는 항상 내 왼쪽팔을 베고 누웠었다. 그녀가 내 왼쪽 겨드랑이에 코가 눌릴 정도로 몸을 밀착시키면 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나만의 박자로 그녀를 다독여줬다. 그녀를 안고 자는 건 이상할 정도로 편안했다.

"고마워요. 여기까지 와줘서."
"내가 좋아서 오는거야."
"그래도 고마워요...다음주에도 와줄거에요?"


#4  우리는 눈을 감은 채 키스를 나누고 서로 사랑을 하며 잠이 들때도 있었고, 언제 끝날지도 모를 이야기를 서로 이어가다 잠이 들때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부족한 글쓰기로는 차마 설명하기 힘들 정도의 만족감과 행복한 기분에 휩싸이는 그런 순간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도시에 나갈때마다 그런 행복감을 느끼며 잠들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그녀를 만나러가는 일이 단 한 번도 싫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그때의 나는 그녀가 남은 일생동안 평생 내 눈썹을 다듬어줄거라 믿었었다. 무슨 일을 하든 어김없이 우리는 새벽 3시에 서로를 끌어 안고 잠들거라 믿었었다.


#5  이 글의 모든 문장은 과거형이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봐서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그때의 나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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